-아힘나 교육과정 -

아힘나 평화학교는 총 6년의 교육과정입니다. 처음으로 중등과정 3년간은 기초를 다지는 기초교양과정입니다. 그리고 고등과정이 조금 특별하게 구성되어 있는데요. 고등 1~2학년 과정은 진로탐색 과정이며 아힘나의 6년차 즉 고등 3학년은 창업과정으로 취업과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아힘나의 학기 체제는 보통 학교와는 다릅니다. 보통학교는 1~2학기로 나뉘어 있지만 아힘나는 사계절의 특성을 살려 봄, 여름, 가을, 겨울학기로 4학기 체제를 운영합니다. 또 매 계절의 학기마다 수학여행 혹은 캠프를 열고 참여합니다.

아힘나의 사계절

 

신입생 환영회

아힘나에 공식 입학을 하기 전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 OT는 아힘나의 학생회장, 의장인 임원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신입생들이 1박2일을 함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힘나의 교육 체제와 지금까지의 아힘나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며 아힘나에 대해 알아가고 또 소수이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갖습니다. 밤이 되면 쌤들께서 서로 친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과자를 준비해주시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확실한 방법은 따로 있죠. 그것은 바로 게임입니다. 여학생은 잘 모르겠지만 남학생의 경우에는 게임이야기가 한번 나오면 시크하게 다물었던 입에서도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옵니다.

우리가 배우는 학습과목들

아힘나에서는 시간표를 우리가 정합니다. 마치 대학교에서 수강신청을 하듯이 말이죠. 시간표에 들어가서 수강신청을 하게 될 교과목에는 무엇이 있냐면 우선 교육부가 지정해준 필수과목인 국어, 수학, 사회, 영어, 도덕, 과학, 한국사가 기본으로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시간표의 일부만 차지할 뿐입니다. 시간표의 또 다른 공간은 다양한 인문학 수업과 평화교육, 일본어와 독일어 등의 특강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특강의 주제는 학기마다 달라지는 데요. 한 학기는 부모님들을 초청해 부모님의 직업과 사회활동에 관련한 특강을 듣기도하고 또 다른 학기는 지역의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합니다. 또 그 외에는 댄스, 영화 만들기 등의 다양한 수업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는데요. 그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배들에게 배우거나,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정독하기도 하는 시간인 자기계발입니다. 또 동아리나 배움의 숲이라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학생 또는 선생님이 부장이 되어 부원들에게 알려주는 시간도 있습니다.

학부모님들과의 만남은 아힘나는 1년에 두 세 차례 정도 모입니다. 봄에는 운동회나 소풍, 겨울에는 교육 축제를 할 때 학부모님들과 오늘처럼 이렇게 만나게 됩니다.

기숙사에서의 생활

아힘나는 기본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에 등교하여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금요일 오후에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기에 집이 먼 친구들은 주말에도 집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학교에 남아서 쓸쓸한 시간을 보내거나 친구, 형, 동생의 집에 놀러가 추억을 쌓기도 합니다. 때론 주말 내내 머무는 덕에 그 집의 또 한명의 아들, 이름 다른 친형이 되기도 합니다.

기숙사 생활을 또 다르게 말하자면 공동체 생활이기도 합니다. 전 지금 제가 아힘나에서 하고 있는 공동체 생활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몸과 머리를 맞대고 생활하며 배려와 존중을 배우고 사람과 사람이 살아갈 때의 바람직한 모습을 익혀나갑니다. 또 기숙학교이기에 24시간 함께 지내다 보니 일반학교에서는 못하는 끈끈한 관계를 맺고 생활합니다. 가끔 친구들 끼리 “야 우리 커서도 이렇게 만나서 놀자ㅋㅋ”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잘 살아가기 위해 꼭 배워야 할 일들

아힘나는 아이들 스스로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식의주 생활을 배웁니다. 요리도 배우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알아서 잘 합니다. 정말 잘합니다. ^^

죽산에 있을 때는 부모님들도 가끔 오셔서 모내기를 할 때, 그리고 추수를 할 때에도 함께 일을 했습니다. 아우내에서는 논을 얻지 못해 조금 아쉽습니다. 여름에는 땡볕에 어성초를 캐고 잘 씻어서 그늘에 말린 후에 생협에 공급하기도 하구요, 텃밭농사를 하기 위해 밭을 만들기도 합니다. 제초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풀도 일일이 뽑고, 자기가 심고 싶은 작물을 키우기도 합니다. 가을에는 수로가 막히면 안 되기 때문에 낙엽 쓸고 걷어내는 일도 있고요, 이제 겨울이 되어 가는데, 겨울에는 눈이 오면 800미터 언덕길에 쌓인 눈을 다 치웁니다. 주말에 눈이 오면 선생님들만 눈을 다 치우시기 때문에 세 시간정도 걸린다지만, 평일에 눈이 오면 우리들도 같이 치우기 때문에 1시간 정도면 깨끗하게 치울 수 있죠. 언제는 한번 김장을 하는데 폭설이 와서, 눈을 그대로 다 맞으며 김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아힘나를 아이들을 힘들게 만드는 나라라고 말할 때가 많죠. ^^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야 하니 회의가 많습니다.

아힘나에 살아가면서 30명가량이 함께 지내다보니 여러 문제, 또 토의가 필요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물론 아힘나 뿐만이 아니겠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의 힘을 합쳐 해결하기위해 아힘나에는 공동체 회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동체 회의는 각 부서가 모여 회의를 통해 안건을 낸 뒤, 학생과 선생님들이 모두 모이는 시민총회의에서 부서별의 안건을 모두가 토의해보고 투표해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회의의 결정사항은 투표로 결정 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라고 말합니다. 빈부격차, 나이차, 신분 차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평히 한 표를 가지고 의견을 던져주니 말이죠. 선생님, 중1, 고3까지 모두 한 표씩을 가지고 여러 의견에 투표를 합니다. 그러니 성격이 소심하여 의견을 잘 못내는 친구도 투표로는 자신의 의견을 잘 표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아힘나가 재미있는 점은 모두가 한 표라고 했으니 선생님도 한 표다??이런 것 입니다. 이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아힘나 학생과 선생님의 비율이 1 : 6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학생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 학교에서 못해낼게 없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요즘 기숙사내에서 먹지 못하던 라면도 밤마다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부어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아힘나에서는 1년에 4번의 수학여행을!!!!

아힘나는 한 학기마다, 그러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죠? 총 네 번의 수학여행을 갑니다. 수학여행은 여러 가지로 국내나, 혹은 해외로 여행을 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주로 캠프를, 겨울에는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수학여행들은, DMZ 평화 누리 길을 걷는 여행, 역사를 배우는 탐방기행, 자전거 타고 가는 여행, 강제연행 현장을 돌아보는 규슈여행, 관동조선인학살현장을 찾아 듣기조사를 했던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수학여행을 하였습니다.

여행지의 결정은 선생님들께서 제안하신 몇 가지 안을 시민총회에서 의논하여 결정하는데요, 결정되면 학생들도 기획에 참여하여, 충분한 사전학습을 합니다. 때로는 선택수학여행도 하여 각기 다른 소그룹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그룹에서는 ‘아힘나 학교로 여행을 떠나겠다.’ 는 학생들도 있었죠. 결국 그 학생들은 정말 학교로 여행을 와서 텐트치고 조용히 책도 보고 아힘나 동산을 거닐기도 했답니다.

아시아인들과의 교류

우리 학교는 일본과 필리핀 등 국제 교류활동이 많습니다.
특히 아힘나는 학교설립 초기부터 일본과의 교류가 상당히 많은데, 단순히 교류라기보다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형성하기 위해서, 많은 일본인들도 만나고, 같이 활동을 합니다. 이건 제 선배들의 이야기인데,  2006년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재일동포 청소년들이 모여 캠프를 열었습니다. 캠프 주제는 “미래의 역사를 써가는 아이들”이란 주제였는데, 이 캠프에서 열 살 때 조선인을 마구잡이로 학살하는 장면을 목격한 할머니의 증언을 들은 뒤로 샘들과 선배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매년 간토지방을 찾아가서 조사를 하였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쌤들은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역사 선생님이신 강산쌤은 석사논문을 이 주제로 쓰고 계십니다.

2007년에는 일본 시민들이 식민지범죄를 사죄하며 부산에서 판문점까지 1톤의 비석을 끌고 행진하는 순례길에 아힘나 학생들도 참여하였습니다. 이 때 만난 일본분들과 해마다 교류활동을 하고 있으며 쿠와노상은 아힘나 일본지부의 공동대표를 맡고 계시고 또 해마다 아힘나를 찾아주셔서 저희들을 격려해 주십니다. 작년에는 하라다 상께서 오셔서 집짓는 법을 가르쳐 주셔서 예쁜 집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원전을 반대하는 ‘한일평화콘서트’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개최한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3년에는 후쿠시마 방사능피해 아동을 초대하기 위해서 아힘나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저도 밴드였는데.......헤헿, 아힘나 밴드는 일본 뮤지션들과 함께 한국, 일본을 돌면서 1200만원을 모았구요, 후쿠시마 아이들과 평택 쌍용 노동자 가정의 아이들을 초청해 아힘나 힐링 캠프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국제 교류활동으로는 작년부터 올 해까지, 필리핀 꿈꾸는 청년봉사단에 우리 학교 창업과정인 큰 형님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작년에도 두 명이 파견되어 6개월간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스스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고, 우리가 보기에도 든든한 형님들의 모습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올 해도 두 명이 파견되었는데, 돌아오면 아마 학업의 길을 가든, 취업의 길을 가든 자기의 꿈을 확실하게 만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힘나의 사회참여 활동

그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옳지 못한 일들에, 우리들도 작은 목소리이긴 하지만 나름 의미 있는 행동을 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 때, 아힘나 학생들은 국가가 제대로 구조를 하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윤광호 목사님께서 지어 주신 ‘기다리래’란 노래로 세월호 희생자 부모님들을 위로해 드렸습니다.

년말이 되면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께서 따뜻하게 겨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연탄배달 봉사를 학교가 설립되던 2006년부터 실시했습니다. 작년은 여건이 되지 않아 한 해 걸렀지만, 올 해부터 다시 연탄배달봉사하기로 하였습니다.

힘들어도 도전하는 연구보고서

지금 교육 잔치가 끝나면, 그러니까 이제 다음 주면 학생들을 기다리는 힘든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겨울학기에서 눈 치우기보다 더 중요한 연구보고서입니다.

자신의 진로를 생각해서,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연구에 몰두하는 시간을 석 달간 가지는데요, 중1부터 고3까지 연구보고서를 쓰지 못 하면 진급도 졸업도 못 한답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요. 처음에는 선생님들께서도 연구보고서를 쓰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담별선생님께서 연구보고서를 제 때에 내지 못하셔서 그만 교장직을 내려 놓으셨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담별 선생님, 올 해는 연구보고서 쓰시고 교장직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

이렇게 6년, 혹은 고등학생 때 입학하여 3년을 마치면 졸업을 하는데요, 학교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서 아힘나를 졸업한 선배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대학을 들어가거나, 취업을 하거나, 벌써 결혼하여 엄마가 된 선배들도 있지요. 올 해 고3들은 대학에 수시로 합격한 선배도 있고, 아직 결과가 발표나지 않은 선배들도 있습니다. 대학입학을 뒤로 미루고 필리핀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선배도 있고, 창업과정에서 이미 전문자격을 얻은 뒤 고3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는 선배도 있습니다. 6명의 졸업생 중 정치외교와 예술분야로 대학에 진학하거나, 재학하며 일찌기 헤어디자이너가 되었거나, 외국에서 지역개발봉사활동을 하며 좀 더 자기를 성숙시키는 과정에 있기도 합니다. 이상의 6년 과정을 짧게 말씀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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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힘나평화학교 아이들은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줄 아는 이들로 성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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