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이 튀니지 시민사회단체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어제 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를 2011년 재스민 혁명 이후 다원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단체 68곳과 개인 205명의 후보가 경합한 올해 노벨평화상에는 많은 유력 후보가 거론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란치스코 교황, 일본 ‘헌법 9조 수호 모임’ 등 쟁쟁한 후보 가운데서 외신에 언급되지 않던 튀니지 시민사회단체가 선정된 것은 뜻밖이다.

국민4자대화기구는 튀니지노동연맹(UGTT), 튀니지산업·무역·수공업연합(UTICA), 튀니지인권연맹(LTDH), 튀니지변호사협회(ONAT) 등 4개 조직이 연합해 2013년 결성했다. 이 단체는 재스민 혁명 이후 정치적 폭력과 사회적 혼란이 극심하던 튀니지에서 성과 종교,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 평등한 기본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헌법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시리아·예멘·이집트 등 다른 중동·아랍국가가 하나같이 군사정권으로 회귀하거나 내전 상태인 것과 달리 그 진원지인 튀니지가 유일하게 민주화로 진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대화기구가 있었던 것이다.
 

민주화는 권위주의 체제를 무너뜨린다고 해서 저절로 오는 게 아님을 재스민 혁명 이후 중동·아랍의 현실은 잘 보여주고 있다. 세계가 찬사를 보냈던 ‘아랍의 봄’ 사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다시 겨울로 내달리며 얼어붙고 있다. 새로운 민주적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 점에서 튀니지의 사례는 중동·아랍 민주화의 본보기이자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튀니지도 민주화 이행 과정에서 많은 곡절이 있고 내전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큰 빛을 발휘한 것은 시민사회였다. 대화기구는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의 대립, 이슬람 진영 간의 싸움, 무장세력의 할거 등 분란이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이 주도하는 대화와 타협의 기구로 기능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 총선을 치르고 12월 역사상 첫 자유경선으로 대선을 치러 첫 민선 대통령을 탄생시킨 것이다. 아랍의 봄은 아직 멀지만 튀니지는 그 길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으며, 그 주역은 시민사회임을 올해의 노벨평화상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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