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는 콘서트, 이렇게 감동적이라니.../ 오마이뉴스 4월 6일자

말로 하는 콘서트, 이렇게 감동적이라니...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일 평화콘서트', 안성 백성교회에서 열려
11.04.06 13:21 ㅣ최종 업데이트 11.04.06 13:21 송상호 (shmh0619)
 
 
  
▲ 히카리 어렸을 적부터 원전 반대 시위를 보고 자라난 스카티 그룹의 히카리. 그는 이제 노래로 주민들을 독려하고, 노래로 '핵 없는 세상'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 송상호
한일평화콘서트

지난 4일, 콘서트에 온 사람들은 두 가지에 놀랐다. 콘서트임에도 노래 한 가닥 없었다는 것에 놀랐고, 노래 한 가닥 없이 이루어진 콘서트임에도 감동적이었다는 것에 놀랐다. 도대체 콘서트가 열린 안성 백성교회당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럴까.

 

사람들은 일본 가수와 밴드가 출연한다니 당연히 노래로 이어지는 콘서트라고 생각했을 터. 하지만, 이날 콘서트는 노래가 아닌 '말로 연주하는 콘서트'였다.

 

전기 생산 멈춘 원전 유지비, 1년에 6500억 원

 

먼저 아힘나 일본 지부 이사로 있는 구아노 야수오씨의  '이와이시마 원전 건설'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그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화면을 넘겨가며 일본어로 설명을 이어갔다. 김령순(주)한국동그라미대표)씨가 바로 바로 통역해서 흥미를 돋우었다.

 

  
▲ 하야토 스카티의 한 멤버인 하야토. 그는 현장에서 원전 반대를 위해 목숨 걸고 투쟁하던 할머니들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고 고백했다.
ⓒ 송상호
한일평화콘서트

야수오씨는 'Dangerous 핵발전'이란 문구와 그림을 통해서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1985년에 건설을 시작한 후쿠이현 몬주 원전은 잦은 사고로 인해  아직 1KW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연간 유지비는 5억 엔, 한국 돈으로 약 6450억 원이 든다"고 보고했다.

 

"야마구치현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지역 이와이시마 섬엔 500명의 주민이 살아요. 그들은 평균 연령대가 60~70임에도 불구하고 자그마치 29년 동안 원전 건설 반대 투쟁을 해오고 있어요."

 

놀랍다. 젊은이도 아닌 사람들이 29년 동안 정부를 상대로 원전반대 운동을 해왔다니. 그동안 보상금은 일절 거부한 채 생계유지도 하고, 원전 건설도 저지해 왔단다. 최근에 생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건설이 잠정 중단된 상태라니 대단하다.

 

이와이시마 주민들 29년간 반대 투쟁해

 

  
▲ 노래 시위 이날 초대된 그룹 스카티가 원전반대를 위해 주민들의 배위에서 독려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송상호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일평화콘서트

이와이시마 주민들이 투쟁하는 현장에  그룹 '스카티'가 있었다. 그들은 배위에서 때론 시위현장 앞에서 악기와 노래로 주민들을 독려했단다. 그룹 '스카티'의 리더 히카리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후쿠이현 원전 건설 예정지 마을에서 살았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마을 어른들이 원전 투쟁하는 것을 보며 어릴 적엔 무서웠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커서는 원전에 대한 진실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어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세대가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경험했다. 생계도 중요하지만, 나의 미래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회사를 쉬고 2~3주간 투쟁에 동참하기도 했다."

 

"할머니들도 목숨 걸고 반대하더라"

 

동료인 하야토씨도 증언에 나섰다.

 

  
▲ 사토 유키에 도쿄가 고향인 사토 유키에. 이번 지진 참사 때 고향 도쿄에 있었고, 혼비백산한 경험을 했다고 틀어 놓았다.
ⓒ 송상호
한일평화콘서트

"이와이시마와 같은 작은 섬의 주민들이 29년 동안 어떻게 지치지 않고 투쟁 해왔을까. 그런 힘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들은 어업과 농업을 주로 하는 평범한 시골 사람들인데. 그 이유는 섬 주민 중 몇 사람이 다른 지역 원전으로 직장을 다녔고, 핵의 폐해를 생생하게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바다가 자신들의 생명이라고 여겼다. 할머니들이 목숨 걸고 반대하는 걸 보고 눈물이 나더라." 

 

이어서 이날 사회를 맡은 김종수 목사(아힘나 평화학교)는 "현장에서 건설행위를 지연시키는 게 관건이 아니라 원전건설 자체를 중지 시키는 게 근본 목적이다. 그것은 세상에 알려서 여론을 환기 시켜야 가능하다. 그래서 저들이 노래와 말로 호소하여 이렇게 세상에 알리고 있다"고 의미 있는 멘트를 날렸다.  

 

"아빠도 엄마도 '원전 절대 반대'"

 

 

  
▲ 미키 자신의 엄마와 아빠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전 절대 반대'로 마음을 굳혔다고 고백했다. 그것이 일본 국민들의 마음이라고 전했다.
ⓒ 송상호
한일평화콘서트

보개면에 사는 안성시민 김한영씨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 정부와 사회가 원전에 대해 재고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동료 여성 미키씨가 대답에 나섰다.

 

그녀는 "전엔 나의 엄마는 '원전 절대 반대', 나의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원전은 필요하다'였다. 하지만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아빠도 '원전 절대 반대'로 돌아섰다. 이것이 지금 일본 국민들의 대세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하나 같이 증언 끝에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한국 사람들도 일본처럼 원전 때문에 슬픔을 당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자신들의 나라가 힘든 시기이면서도 당부를 아끼지 않는 그들의 진심이 느껴져 순간순간 숙연해졌다. 이날 여기에 온 사람들은 '말로 하는 콘서트'가 이렇게 감동적일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편 이 콘서트는 서울(4월 2일), 성남(4월3일), 안성(4월4일)에서 연달아 열렸다. '1923한일재일시민연대'와 일본 'NPO 법인 Asia Peace Builders'가 일본대지진 구호 모금과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을 참여시킨 자선콘서트였다.  

 

  
▲ 안성콘서트 이날 열린 안성콘서트는 안성 백성교회당에서 이루어졌다. 많지 않은, 그러나 아주 깊고 절실한 말들이 연주되었다.
ⓒ 송상호
한일평화콘서트
 

덧붙이는 글 | 이날 안성콘서트는 아힘나 평화학교 031-674-9130가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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