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일 정부 피해회복 요구 거부 여전…과거사 재정립·대안 모색 계기로100년 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불법적으로 강제한 한반도 식민지배는 영원히 지울 수 없을 만큼 깊고 넓은 상흔을 남겨놓았다. 그 후유증도 완치가 불가능할 정도로 광대하다.

일본 제국과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강요당한 무수한 조선 민중. 반인도적 전쟁범죄의 피해자 ‘일본군 위안부’ 여성. 어린 나이에 사기와 협박에 의해 끌려간 여자근로정신대원. 참전을 강요당한 뒤 BC급 전범 판결을 받아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포로감시원. 군인으로 끌려갔다가 태평양 전쟁 이후 버려진 시베리아 억류자. 강제징용 등으로 동원됐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미귀환자. 탄광·비행장·철도공사장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죽어간 노동자. 관동대지진 당시 무참하게 학살당한 재일조선인.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차별과 고통을 받고 살아가는 수십만 재일동포…. 피해자 숫자는 물론 피해 형태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식민지배가 끝난 지 65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정부의 무책임으로 피해와 고통의 치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가해에 대한 책임은 완전히 해결되었다며 진정한 사죄와 더 이상의 피해회복 요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협정은 식민지배가 남긴 상처와 유산을 청산할 절호의 기회였으나 일본은 식민 지배를 사죄하기는커녕 도리어 식민지배가 합법이며 한국의 근대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망언을 무람없이 일삼고 있다.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는 가해국과 피해국의 문제를 뛰어넘어 세계사 차원의 범죄행위이기도 하다. 주권 강탈과 노예적 삶을 강요하고 침략전쟁의 소모품으로 동원한 행위가 ‘1차 가해’라면, 이를 부정하고 모욕을 일삼는 것은 ‘2차 가해’나 다름없다. 일본의 양심적인 역사학자 야마다 쇼지 전 릿쿄대 교수가 역설했듯이 새로운 한·일 관계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일본의 국가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우리는 과거의 실상을 재확인하고 원칙 있는 청산을 거쳐 새로운 미래를 열어 나가야 할 공동의 의무가 있다. 2010년을 부끄러운 역사만을 되새김하는 자리가 아니라 민족 억압과 차별, 침략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공동체적 동아시아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원년으로 만들어야 한다.

경향신문은 ‘진실과 미래-국치100년사업공동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이화 등)와 공동으로 일제 식민지배로 빚어진 한·일 과거사의 쟁점 현안과 못다 푼 숙제, 관련 단체의 실천적 노력을 점검해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를 위해 한·일 과거사 재정립 작업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한국과 일본의 양심적 시민활동가들이 나선다. 한·일 시민운동가들이 최초로 함께 시도하는 이 기획 연재물은 매주 월요일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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