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좀 하고 가지!!!"

어린이집 자모의 확진소식에 손자 단야도 보건소에 가서 코로나검사를 하였다. 전하는 말로는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로 거부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 동생은 형을 보라는 듯, 태연하게 검사를 받더란다.

단야는 코에 푹 들어오는 진단봉의 그 느낌에 깜짝놀라 짧게 울다가 이내 멈추었다고 했다. 짧은 울음으로 두려움과 놀라움을 참아내는 것을 대견해 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두려움과 놀라움을 울음으로 풀어내야 하는 것을 참아내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다.

아이들이 보건소를 간 사이에 나는 눈발이 날리자마자 만일의 준비를 위해 눈치우는 송풍기 기름과 윤할유를 사서 올라오는데, 뒤따라오는 단야를 태운 아들의 차가 보인다. 단야가 검사를 받고 오는 것이었다. 시골길이라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우고도 싶었지만, 계속 달려 꼬부랑길을 다 올라와 차를 세웠다. 아들 차는 잠시 속도를 줄이다가 그냥 집으로 올라갔다.

집 앞에 차가 멈추고 문이 열리자 내가 물었다.

"단야~~, 검사 받고 왔다며! 괜찮아?"

단야가 뭐라고 하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다.

단야 아빠는 "저희도 단야와 함께 잠시 떨어져 있을게요. 내일 결과가 나올때까지!"

괜히 미안하고 안쓰러워 말없이 손만 흔들고 다시 눈치우는 송풍기에 기름을 채우려는데, 단야가 할배를 향해 뭐라고 말하자 단야 엄마 엄마 아빠가 소리내어 웃는다.

"잘 못알아 들었어! 단야~~ 뭐라고?" 하고 물었더니 단야 맘이

"단야가요~~ '할아버지, 인사 좀 하고 가지!!!' " 라고 하네요 ㅎㅎㅎ"

아침이 되니 가족 톡방 메시지가 왔다.

"음성이래요~~ ㅎ"

'다행이다' 얼른 단야네로 달려가 단야를 안으려는데, 단야가 거부한다. 단야맘이 "단야가 보건소갔다 왔을 때 할아버지가 인사를 안해서 삐졌나봐요~~" 하자, 단야 아빠가 단야에게 "어제 보건소에 간 것처럼 어쩔 수 없어서 멀리서 손만 흔드신거야"하고 단야를 달랜다.

단야는 마지 못해 할배의 뽀뽀를 받아준다.

코로나 시대로 막혀버린 우리네 일상에 대면도 못하니 마음도 멀어진다. 오후엔 얼마 전 이사한 단야의 고모할머니 댁에 함께 가기로 했다. 단야가 전화로 "고모할머니, 고모할아버지 이따가 봐요~~~"

단야의 한마디 말, 이 시대 웃픈 일상의 메시지를 받아들고 잠시 소원해진 감사한 분들께 '인사나 좀 하지~~'를 가르침 받아 오늘 세모에 하루종일 '가족과 스승님들'에게 인사를 드리련다.

그리고 페북 벗님들께는 걍 비대면으로 그림카드로 인사드린다.

"새 해에는 얼굴보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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