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졸업생들에게 (2016. 3)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나라에서 참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규원이, 우림이, 은서, 대승이는 6년의 과정을 그리고 동천이는 3년, 그리고 하람이는 2년의 과정동안 아힘나에서의 생활을 잘 마쳤기에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가정환경에서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통해 인성이 형성됩니다. 그 인성을 바탕으로 해서 이웃들과 관계를 맺어갑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과 존중입니다. 이 공감과 존중을 주고받으면서 스스로를 믿고 자신을 긍정하는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 자신감과 자긍심으로 자신이 만나게 될 다양한 환경에서 타인의 서로 다른 매력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생각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떤 조직에서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있게 해 나갈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며 좋은 관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다가 아힘나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공감과 존중하는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많이 부딪히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과 기숙사회의, 학생회, 시민총회, 그리고 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회의를 하면서 서로 다른 생각들과 만나고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여러분은 공감할 수밖에 없고, 또 존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많이 만나게 되었을 것입니다.

편한 것은 좋은 것이고 불편한 것은 좋지 못한 것이라는 사회통념에 비추어볼 때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는 학교에 비해 아힘나 평화학교는 참으로 불편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학교는 분명 좋지 못한 학교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좋지 못한 학교는 여러분의 고백처럼, 여러분의 힘으로, 선택에 후회가 없고, 졸업해도 후배들이 보고 싶어 다시 오고 싶어하는 좋은 학교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善惡皆吾師란 말이 있습니다. 선은 좋은 것이고 악은 좋지 못한 것인데 어찌하여 모두 스승이 될 수 있단 말씀입니까? 이 말씀의 의미는 세상 사람의 착한 짓이나 악한 짓이 모두 자기 수양(自己修養)의 거울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좋지 못한 사람의 행태와 성품을 배우고 따라하지 않으면 그가 곧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수양의 과정에 깊어지게 되면 선과 악은 나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각기 다른 격정(passion)의 악화였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낳고 자라며 형성된 성품이 나의 생각과 마음과 행동이 사로잡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사로잡히면 그것이 나를 수준이하로 만들어 버려 나의 악한 모습이 나타나게 됩니다. 어쩌면 아힘나 평화학교의 신입생, 편입생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공동체 생활을 통해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벗들과 교사들과의 오랜 대화를 통해 자기의 생각과 마음과 행동을 통찰하며 성장해 왔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들이 작은 학교가 지닌 결핍과 불편을 이겨내는 과정이 스스로의 성장과 수양을 위한 학습과정이었음을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을 보며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오늘 졸업에 즈음하여 쓴 글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이 불편한 학교에서 여러분은 불편에 사로잡히지 않고 선생님들과 여러분들이 함께 힘을 모아 오히려 불편을 사로잡아 좋은 추억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첫 사람들과의 대면에서 불편한 사람들과의 다툼에서 벗어나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동기들 뿐 아니라 선후배들과도 가족같은 편한 관계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는 집처럼 편하게 만들어 버렸음을 알았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 불편함을 편하게 만들었으니 도를 터득한 셈이고, ‘아힘나의 도’를 터득하였으니 이제 하산하기에 충분한 존재들이 되었습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에서 여러분은 한국사회와 세계에서 일어나는 불의와 불평등과 잔인함과 폭력적인 상황을 마주 대하였지요. 분명 편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어리다고 나 몰라라 하고 싶은 마음, 무섭다고 숨고 싶은 마음, 성가시다고 귀찮아하는 마음을 이겨냈습니다. 불의한 국가권력에 의해 망가져가는 세상에서 작은 촛불 하나 밝히며 어둠 속에서 자기 길을 찾아왔습니다.

4대강을 파헤쳐 온 생명이 몸살을 앓는 현장에서 노래로 위로해 주었습니다. 지옥섬 하시마(軍艦島)를 두 번이나 찾아가 강제연행의 죄를 물었고, 제주 강정을 찾아가 목사님들과 함께 평화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폭발 피해가정과 평택 쌍룡노동자 자녀들을 초청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총 여섯 도시를 돌며 성금을 모아 힐링 캠프를 열었습니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았던 1923년 간토조선인학살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매년 안성과 평택 그리고 천안의 홀몸 어르신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적지만 300~500장의 연탄을 배달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진정 어두울수록 빛나는 작은 촛불입니다.

예수님께서 3년동안 제자들과 동고동락하시면서 때가 이르러 ‘너희들은 이제 나의 형제자매들’이라 하였습니다. 오늘 저와 선생님들의 심정이 그러합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제자를 넘어 아힘나의 동역자들이 되었습니다.

아힘나의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보다 평화롭고, 보다 정의롭고, 보다 생기있고, 보다 사랑 넘치는, 그래서 사람사는 세상으로, 생명이 서로 조화롭고 상생하는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아힘나의 진정한 일꾼이요 동역자가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 아힘나피스빌더스가 되신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권면합니다.

규원군, 더 온화한 사람이 되십시오, 깊이 공감해주는 사람이 되십시오.

우림양, 진정한 자기 멋으로 사람들이 즐겁게 찾아오는 쉼터를 만드십시오.

은서군, 물렁물렁한 배움터에 늘 자기를 열어 놓고 제멋과 제법으로 살아가십시오.

대승군, 칭찬받으려 애쓰지 말고, 자기를 믿고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십시오.

동천군, 실패와 상처를 두려워하지 말고 잘 보듬으면, 큰 사랑의 에너지가 넘쳐날 것입니다.

하람군, 사랑이 많은 사람이니 이제부터는 사랑을 나눠주는 멋진 축제를 기획해 주세요.

여러분을 졸업할 수 있도록 끝까지 믿고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십시오.

졸업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이 가는 길에 하늘영광 함께하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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