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대승 in philippines

필리핀에 온지 3개월이 지나간다. 처음 필리핀에 와서는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현지인들과 언어 소통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필리핀에 도착해서 한 달은 조금이라도 더 현지에 적응하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언어수업에 집중하였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하루 종일 앉아 일 하시는 봉제센터 나나이(어머니)들을 위해 체조 동작을 만들어 아침에 체조를 하고, 봉제 센터 업무지원도 했었다. 처음 한 달은 꿈봉들끼리 언어수업을 주로 하였기에 현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없었지만 아침 체조와 봉제센터 지원업무는 필리핀에 왔다는 실감도 나고, 현지인들과 직접 부딪히고 지낼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우리 일과 중엔 KCOC에서 하는 프로젝트 과제가 있다. 우리는 양계 프로젝트로 정했다. 양계 프로젝트에서는 공장양계가 아닌 자연양계를 한다. 병아리들에게 모이를 발효시켜 좋은 미생물을 먹이고, 양계장 바닥에 우드파우더, 우드칩, 볏짚을 채운다. 양계장 구조 또한 통풍이 잘 되게 만들어졌다. 땅을 3주간 파내는 작업과 바닥 재료를 공수해 오고 활동 매뉴얼도 만들어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꿈봉만 하는 게 아니라, 뜻 있는 현지인 4분을 면접 후 선발해 같이 진행되어지고 있다. 면접은 우리들이 보지 않았다. 우리가 면접을 보는 순간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기기 때문이다. 같이 일하면서 많이 친해지게 되었고, 언어회화도 늘어가는 것 같다. 현지인 분들이 우리들보다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이곳에서 농사도 연계해서 진행하고 있다. 회색빛 타워빌이 연두색으로 물들어갈 수 있도록 바라며 말이다. 육식 위주의 식습관과 일식일찬의 식습관으로 인해 지역의 젊은이들과 사람들이 만성질환 성인병 당뇨 등 많은 질병을 앓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육계를 길러 닭죽 제공을 하기 위함이었지만, 지역의 특성상 꾸준한 인컴이 가능한 산란계부터 시작하기로 하였다. 심은 작물은 배추, 양배추, 감자, 참외, 수박, 그리고 필리핀 식물 파파야도 키운다. 잘 된다면 각 집안의 텃밭을 가꿀 수 있도록 계획 한다고 했다. 적정기술, 미생물 전문가이신 이호용 교수님께서 농사법과 발효에 대한 것들도 알려주셔서 수월히 진행되어지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또 꿈봉 팀은 타워빌팀과 가야가야팀이 나눠져 있다. 나는 가야가야팀이다. 가야가야는 타워빌에서 출발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50분 쯤 걸리는 거리에 있다. 오전에는 타워빌팀과 양계 일을 하고, 오후에는 가야가야로 간다. 일주일에 세 번 가야가야에 있는 '캄보 리브로'라는 도서관에서 우리가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들과 같이 한다. 도서관에서 우리가 하는 프로그램은 구연동화, 팔찌 만들기, 색종이 접기, 미술수업, 영화상영 등이다. 어른들과 대화 하는 것 보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 하는 것이 더 좋다. 몇 개쯤 아는 단어로 말하다보면, 서로가 조금 알아 듣기에 어느 정도 소통은 된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어머니가 필리핀 사람인데도 나는 따갈로그어를 배우지 않았다. 인사말도 하지 못해 언제나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랑 가끔 연락을 하는데 따갈로그어로 대화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어머니께서 '많이 늘었네.' 라고 하셨을 때 아주 행복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어머니와 틈틈히 따갈로그어로 대화를 해 볼 생각에 기분이 좋다. 어머니께서도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

 

필리핀에 와서 외출할 때 좀 더 조심스러워졌다. 저번에 가야가야에서 프로그램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지프니에서 지갑을 털렸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지갑이 안 보여 당황했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후에야 더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리핀에 와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농사법도 배우고,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영어 발표도 힘들게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엄마의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었다. 현지인 집에도 놀러 가고 재미있었다. 이렇게 지내고 있다.

 

얼른 돌아가서 내 이야기를 깊숙히 들려주고 싶다. 6년간의 학교생활이 끝나서 믿기지 않는다. 이제 곧 졸업이라는 게 신기했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 학교의 이름을 걸고 더욱 성실히 지내고 돌아갈 것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선생님들과 지금의 내가 있게 해 주신 엄마, 학교 아이들, 캠프의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3개월이 지났는데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앞으로의 3개월도 기대가 되고, 빨리 집(학교)밥 먹고 싶다. 학교 사람 모두들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웃으며 봤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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