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은 무엇인가?


'한 마을에 불행한 사람이 있으면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아이 하나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너무도 잘 알려진 아프리카의 지혜입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10대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 20대 노동력 중에서 가장 고학력인 나라, 20대 실업률이 가장 높은 나라도 대한민국입니다. 3포 시대를 넘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져 갑니다. 희망이 사라지는 나라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심해지는 교실 속의 경쟁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교실 밖을 바라봅니다. 교실 밖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실 속에 있으면 질식할 것만 같은 아이들이 학교 밖을 바라다봅니다. 그래서일까요? OECD회원국 중에서 청소년들이 삶의 만족도가 가장 떨어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요, 안타깝게도 청소년 자살률도 역시 OECD 회원국 중 1위랍니다.

‘한 마을에 불행한 일이 있으면 마을 전체의 책임’이라는 아프리카의 지혜에 울림이 큽니다. 한반도 남쪽의 작은 나라에서 차세대 젊은이들에게 가하는 희망고문은 참으로 가혹합니다. 'IN SEOUL', 'SKY'를 향한 과도한 입시경쟁, 대기업 취직을 목표로 쌓아도 쌓아도 모자란 스펙을 추가해가면서 3포에서 4포, 5포, 6포... 점점 포기할 것들이 많아지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고 젊은이들입니다. 10대 청소년들과 20대의 젊은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국가의 책임이 참으로 크지만 모두들 '내 탓이오' 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네 탓이오'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위해 만든다는 정책은 그 때마다 아이들에게 바위같은 돌 하나를 어깨 위에 더 올려놓는 결과들을 초래해 왔습니다.

다시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 아프리카의 지혜를 생각해 봅니다. 국가는 책임지지 못하는 교육제도로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마을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어디에서 마을(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을까요? 식민지시대, 6,25전쟁, 그리고 도시산업화정책으로 옛 마을공동체를 잃어버린 대한민국이지만, 그래도 최근에 희노애락을 함께 공감하는 지역사람들에 의해 마을의 공동체성을 회복해가려는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에서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 줄 마을의 희망을 보게 됩니다.

교육으로 낡은 도시에 새 희망을 제시한 가케가와 市 이야기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작은 소도시에서 교육을 통해 쓰러져가는 마을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이야기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가케가와 市 시민들과 신무라 준이치 시장의 이야기 입니다.

신무라 준이치 시장이 부임할 당시 1977년의 가케가와는 전형적인 농촌지역 소도시의 모습- 일자리도 별로 없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떠나는 인구 8만 1천여 명의 작은 도시였습니다. 신무라 시장은 무기력에 빠진 공무원들과 희망없는 마을 가케가와를 차세대 아이들이 자기 마을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마을로 여기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자기존중감을 가지고 함께 마을을 바꾸어 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온 우주 속에서 내가 태어난 이 곳, 이 마을을 떠난다면 자신의 중요한 무엇을 잃는 것과 같다는 생각에서 신무라 시장은 공무원들과 신선한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마을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하나의 프로젝트.

"가케가와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을 찾아봅시다."

"가케가와에 있는 일본에서 가장 제일인 것을 찾아봅시다."

"가케가와에 있는 일본에서 유일한 것을 찾아봅시다."

시장과 함께 시공무원들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수없이 학습회를 열고 현장을 찾아다니며 마침내 각 12가지씩의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었고, 이를 통해 마을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을 최고로 만드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

주민 누구든지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연구를 평생동안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원을 받아 주민들은 그 분야의 최고 혹은 달인이 되어 자기존중감을 높아졌으며, 더 나아가 자신이 배운 것을 나눌 수 있도록 평생학습지원센터를 건립하였습니다. 시민들이 맘껏 배우고 또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나눌 교육공간을 시민의 예산으로 세웠으니 평생학습센터의 이용도는 당연 히 높았습니다. 전체 인구 8만 1천명에 불과한 시민들이 3년 반 만에 총 100만 명의 이용횟수를 기록을 세웠으니 말이죠. 이 평생학습센터는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서는 그야말로 학습자 중심의 프로그램 기획이었고, 그렇게 되니 내용 역시 예술, 역사, 건강, 취미, 국제정치, 해외정보 등 참으로 다양하였습니다.

가케가와 시는 시민들에게 20세 성인식 이후에도 30세, 40세, 50 세 등 10년 단위로 의식을 행하여 지나간 10년의 삶을 되돌아보고 향 후 10년을 새롭게 구상해 봄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더욱 귀하게 여기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애향심을 바탕으로 한 굉장한 프로젝트 - 신간센 유치, 인터체인지 설치

이러한 자긍심과 자신감을 토대로 가케가와 시민들은 신칸센 역사를 지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시장의 뜻에 동참하여 주민 한 사람당 35만원의 돈을 내고 가케가와 주변도시들의 협조도 얻어 인구 8만여 도시에 신칸센역 유치와 건설에 성공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가케가와 시의 전액예산으로 인터체인지까지 건설해 내기도 하였습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도시의 선언 - 세계 최초 평생교육도시 선언

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에 변화와 역동을 일으킨 신무라 시장과 시민들은 교육으로 마을을 일으켜 세운다는 의미로 1979년에 가케가와를 '평생교육도시'로 선포하였습니다. 그 이후 일본에서 가케가와를 모델로 도시 리모델링을 선언하는 곳이 줄이었으며, 급기야 1992년 고텐베르그 (Gothenburg)市에서 개최된 OECD 회의에서 영국, 스페인, 호주, 캐나다,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대되어갔습니다.

한국에서도 1999년부터 여기저기에서 평생교육도시선언을 하였지만 아직도 가케가와에서 들려온 훈훈한 교육성과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가케가와는 절실했고, 가케가와 시 예산은 평생교육에 중심을 두고 편성되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케가와의 전 시민들이 교육도시에 깊이 공감하였기 때문입니다. 가케가와 시민들은 신무라 준이치 시장이 제시한 미래 비젼을 꾸준하게 실천해 갈 수 있도록 여러 차례 시장으로 재 선출해 주었기에 꾸준하게 비젼을 현실로 만들었고, 지금은 떠나가는 도시가 아닌 마침내 찾아오는 도시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교육문화협동조합을 통한 학습자 중심의 교육시스템 구축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은 유능한 시장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평생교육도시로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으로 교육마을 만들어가기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지역사회 변화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을 바라보는 눈들이 많아졌습니다. 신용협동조합, 생활협동조합을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교육할 수 있는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보다 새로운 교육문화협동조합의 시도를 모색하고 시도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존 은행의 대안으로 신협이 탄생했 듯, 국가가 주도하는 학교가 아닌, 학습자 스스로가 배우고 가르치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시스템이 협동조합을 통해 나타날 조짐이 이보이고 있습니다.

아힘나 평화학교를 설립한 교사들은 이미 1999년에 교육문화협동조합 구상을 세상에 발표한 일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조직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마을을 만들어가려는 이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었고, 이후에 다양한 형태의 교육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지역의 신협, 생협과 함께 교육문화협동조합을 조직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문화협동조합은 공급자(교,강사) 중심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협동조합이어야 하며, 지역사회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연계망 구축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아힘나 – 협동조합과 협력하여 만들어가는 아이들 지원 프로그램

아힘나와 주민신용협동조합은 아이들을 올곧게 키워가는 일에 함께 협력해 왔습니다. 아힘나의 전신인 여럿이함께만드는학교와 함께 수진초등학교에서 마을 축제를 처음 공동기획하기도 하였고, 신협의 청소년 조합원들이 아힘나 역사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아힘나평화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하였습니다.

2016년부터는 아힘나와 주민신협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모두에게 유익한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아힘나평화학교는 먼저 주민신협의 어린이 청소년 조합원들에게 그동안 아힘나가 실시해왔던 생명, 인권, 진로, 역사기행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른 조합원들은 아우내 재단의 영성과 평화의 집에서 다양한 수련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연구하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그것은 학교 밖에서 자기를 찾으려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발견해갈 수 있도록 돕는 창업스쿨을 연구해 보는 일입니다. 아직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창업스쿨 과정은 1년간의 단기교육과정을 말합니다. 이 창업스쿨은 아힘나에게 힘이 되어 준 국제개발 NGO 사단법인 캠프, 주민신용협동조합이 함께 그동안 경험을 잘 모아간다면 마을에서 꼭 필요한 청소년 창업스쿨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마을은 지역사회 개념을 넘어 이제 새로운 시대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살아가는 과정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사람과 유익한 생각을 짓고 그러다보면 큰 에너지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아이들도 이 과정에서 어른 못지않은 큰 힘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아힘나는 아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기에 이런 고백을 합니다.

       “작고 여린 것들에게서 피어나는 생명의 힘은

그 어떤 것도 억누를 수 없는 놀라운 에너지가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가정과 지역사회를 포함해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역동과 창의적 에너지는 상상 그 이상일 것입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아우내마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