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운동 촛불 밝힌 지 20년째…두려움과 불안 넘어 행복한 연대로

지난 3일 토요일 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2015 대안교육 한마당'에 다녀왔다. 대안교육한마당은 '대안교육연대'가 주최하는 한국 대안교육의 대표 축제다. 2010년 시작해서 여섯 번째인데, 올해는 대전충청대안교육협의회 소속 교사, 부모, 학생들이 기획하고 주관했다. 이번 행사는 '대안교육 2.0을 그리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이 시대 교육의 대안성', '제도화를 통한 지속 가능성', '지역에서 실천하자'는 세 가지 큰 주제를 두었다. 주제별로 강연과 토론, 교육현장의 다양한 실천 사례를 발표하고, 행사의 흥, 멋, 맛을 더하는 '오픈스페이스'와 '장터'도 열렸다. 그야말로 신나는 축제 한마당이다.

한국의 대안교육운동은 1995년 전후로 시작되었다고 보면 올해 20년째다. 획일화된 입시위주의 교육에 가위눌린 아이들이 한 해에 7만여 명이 학교 밖으로 나오고, 청소년 자살이 매년 300여 명에 이르렀다. 마침내 성찰적 지성인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새로운 학교가 필요하다'고 선언하고 나섰던 것이다.

"진정 길은 없는가? 길이 없다고 갈 수 없는가? 아니다. 길은 만들면 되는 것이다. 어둠을 한탄하기만 할 것인가? 결코 아니다. 어둠은 밝히면 되는 것이다. 낫 한 자루로도 숲 속에 길을 만들 수 있고 작은 촛불 하나로도 큰 방을 밝힐 수 있다."(양희규,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에서)

이런 가치와 신념으로 1997년 산청 간디학교가 문을 연 이후 전국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학교'들이 생겨났다. 현재는 인가받은 대안학교가 62개, 교육부 통계에 잡히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185개 정도이다. 여기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대안학교까지 추산하면 300여 개 대안학교에서 1만 6000여 명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이번에도 전국의 내로라하는 교육 실천가들을 많이 만났다. 20여 년 변함없이 외길을 걸어온 선배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낯설지만 젊은 얼굴들이 더 많이 보이니, 분명히 대안교육 영역도 '2.0시대'을 맞이한 셈이다.

그 사이에 문민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대안교육 영역도 체감온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대안학교의 법적 지위가 불안해지고 애매해졌다. 특히 초중등교육법 제60조 3에 근거한 '각종학교 대안학교'가 생겨나면서 대안교육 관련 제도가 이중삼중으로 분산되어 혼란을 빚고 있다. 법적 제도정비가 시급하다.

또한, 염려스러운 것은 대안교육이나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대안적 삶의 가치 추구나 미래형 교육과정의 실험으로 보지 않고, 단지 부적응 또는 중도탈락 학생을 위탁하는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안학교는 '문제아 수용소' 쯤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앞으로 함께 머리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미인가 대안학교의 제도적 수용과 교육비 지원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이고 연대하고 축제를 열면서 또다시 '교육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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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아와서 이번 행사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강수돌 교수의 책을 다시 읽는다. 강 교수는 2003년 <나부터 교육혁명> 이후 12년 만에 최근 <더불어 교육혁명>을 펴냈다. 자녀 셋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진정으로 살아 있음의 기쁨을 누리고 배우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만끽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행복한 연대로" 나아가기 위해 강 교수님이 던지는 삶의 메시지는 가을 단풍 물들 듯이 지금 내 가슴을 흠뻑 적시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삶과 사랑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맙고 감사하다. 그래 이제 '나부터' 다시 꿈꾸며 실천하자.

 

"'나부터' 바로 서는 것, '더불어' 함께 서는 것, 여기서 희망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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