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공포의 나날들’ 전시회 여는 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

‘핵 공포의 나날들’ 전시회 여는 사진작가 모리즈미 다카시
전세계 핵피해 현장 찾아 기록후쿠시마 참혹함 사진전 열어“보이지 않아서 더 위험” 경고
 
 
» 핵재앙 전문 사진가인 모리즈미 다카시(59)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 후타바 마을에서 20㎞ 떨어진 곳에서 이미 세계 각국에서 잰 것보다 높은 방사능 수치가 나왔어요. 차를 타고 마을 주변으로 갈수록 계속 높아지더군요. 마을에 이르러선 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기가 작동하질 않았어요.”

세계적인 핵재앙 전문 사진가인 모리즈미 다카시(59·사진)에게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환경단체인 생태지평과 생명평화마중물 등의 초청으로 13일 한국에 온 다카시는 서울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핵재앙으로 침몰되는 지구’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등 과거 핵실험 지역과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그리고 걸프전에서 열화우라늄탄이 쓰인 이라크 사막지대 등 피해 현장을 다니면서 핵재앙의 현실을 알린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유명하다.

평생 동안 핵재앙 현장을 찾아다닌 모리즈미였지만, 이번에는 핵재앙이 바로 자신에게 찾아왔다. 그는 “도쿄의 집에 있다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듣자 이튿날 바로 카메라를 들고 후쿠시마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3월13일 도착한 후타바 마을은 이미 ‘죽음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철교는 무너졌고 빈 거리에는 누런 강아지만 돌아다녔다. 텅 빈 병원 진찰실에 들어가 흐트러진 의료기기를 사진에 담았다. “그러다가 마을에서 한 노인을 만났어요. 그는 가족들이 어디 갔는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모리즈미는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맛도 없고 냄새도 없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고 일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핵재앙이 터진 전세계 여러 곳에서 이런 사람들을 그는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강연 중에 방사능측정기를 꺼내 재보더니, “후쿠시마의 방사능 수치는 지금 이곳의 10만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가 보기에 핵재앙은 현재진행형이다. 핵실험과 방사성 무기, 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발생한 방사성물질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의 세미파라친스크는 1945년부터 89년까지 40년 동안 옛 소련이 476건의 핵실험을 수행한 곳이다. 그의 사진에 나온 소년 ‘베릿쿠’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핵실험 기지에서 50㎞ 떨어진 마을에서 산 베릿쿠의 아버지는 버섯구름을 몇 번 봤고, 그 여파가 아들에게 이어진 것이다. 91년 걸프전에서 미군과 영국군은 방사성 물질이 든 열화우라늄탄을 썼고, 현재 이라크 사막지대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백혈병이 늘어나고 있다.

모리즈미의 사진전은 15일까지 서울 견지동 조계사 안 갤러리 ‘나무’에서 열린다. 카자흐스탄과 체르노빌, 이라크에서 후쿠시마까지 방사성물질에 피해받은 사람들과 생태계의 고통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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