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중인 13기 모두 서해에 인접해 더 위험한 중국 원전…

“원전에는 국적이 있지만, 방사능엔 국적이 없다”는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의 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관통한다. 한국 내 원전보다 더 위협적인 것이 중국 원전이다. 통제 밖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13기다. 25기는 건설 중이고, 34기의 원전이 계획 단계이거나 승인을 받았다. 원전 개발 속도가 세계에서 단연 빠르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11기 운전, 26기 건설 중, 10기 건설계획 중”이었다.

 

내부에서 나오는 ‘경고음’

 

중국은 1970년대에야 원자력 개발을 민간용으로 전환했지만, 1994년에야 상업 운전이 본격화했다. 가동 중인 13기 가운데 3기를 빼곤 모두 2000년대 들어 가동됐다.

추세가 꺾일 것 같지 않다. 2008년 중국의 전체 에너지 대비 원전 의존율은 2.3%였다. 이듬해는 1.89%로 떨어졌다. 공급이 수요를 좇지 못해 대규모 전력 공급이 긴급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원자력발전 설비 용량을 2020년까지 5%대까지 올린다는 방침이다.

 

 
 
» 중국은 원전 개발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하지만 일본 사고 뒤 신규 원전 승인·검토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지난 3월6일 장쑤성 롄윈강시에 있는 톈완 원전에 안개가 끼어 있다.연합
 
 
 



문제는 원전의 안전성, 재난 예방·대처 매뉴얼 등 내실이 양적 성장을 좇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도 원전 개발이 지역 경기 진작 구실을 하며 ‘속도전’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원전 기술 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시나브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한다. 중국 에너지국의 장궈바오는 2009년 9월 미-중 에너지 정상회의에서 “일부 지역의 원전 개발이 너무 빠르고 부적절하다”며 “속도를 늦춰 목표 달성치는 낮아지더라도 안전성을 높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색등 없이 바로 적색등을 켰다 할 만큼 단도직입적이다.

중국 원전에서 지금껏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어떤 사고나 사건도 현지에서 공론화되거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내륙에 있는 핵무기 관련 공장에서 종종 사고가 발생했으나, 상업용 원전에서는 알려진 게 없다”며 “작은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한국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현재 4개 도시에 위치한 원전은, 공교롭게 우리 서해상에 걸쳐 있다. 링아오현에 3기, 광둥성에 2기, 친산에 6기, 톈완 쪽에 2기가 있다. 새 원전은 산둥에 들어서기도 한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내놓은 ‘원자력산업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중국 정부는 2008년 11월 향후 2년 내 연안 지방에 6기, 내륙 지방에 3기 등 최소 9기의 원전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연안에 들어서는 원전은 광둥성과 저장성에 각각 2기, 푸젠성과 산둥성에는 각각 1기씩 건설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내륙에 들어설 원전 3기는 후난성·후베이성·장시성이지만, 정확한 장소와 착공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에서 안전하다고 정부가 얘기한 근거인 ‘편서풍’이, 거꾸로 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안전 검사·관리 강화키로

 

이헌석 대표는 “중국 원전이 모두 해안가에 있어서, 한국이 그대로 피해권에 들어간다”며 “게다가 중국은 정부 주도의 원전 정책을 견제할 시민·사회단체도 없다. 한국이 중국의 핵발전 건설 감시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은 원전 안전종합계획이 새로 마련되기 전까지 신규 원전 계획의 심사·승인을 모두 중단키로 했다. 가동·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 검사·관리를 강화하고, 건설 중인 원전이 안전 표준에 미치지 못하면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원전 사고 뒤, 지난 3월16일 원자바오 총리 주재로 연 대책회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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