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서 원전 신규 건설 유치 홀로 반대한 장시원 군의원

경북 울진은 원전 마을이다. 6기가 20여 년 동안 가동 중이다. 2기(신울진 1·2호)가 새로 건설 중이고, 2기(신울진 3·4호)가 건설 예정이다. ‘세계 최대 밀집 핵단지’라 불린다. 지난 2월 신규 원전을 또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현재 원전 12기의 신규 건설 부지를 찾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난해 말 예비 부지 조사를 거쳐 4개 지역에 유치 신청 공문을 보냈다. 강원도 삼척, 경북 영덕, 전남 해남과 고흥이다. 해남·고흥은 신청하지 않았다. 없던 울진이 뒤늦게 뛰어들었다. 신청서엔 의회의 원전 유치 동의안이 첨부돼 있다. 지난 2월9일 울진군 의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군의원 8명 가운데 단 1명이 반대했다. 그리고 달포 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반대표를 던진 장시원 의원(무소속)은 “지금 우리 결정이 미래 세대에게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3월24일 인터뷰에, 장 의원의 당시 의회 발언을 더했다.

 

 

 
 
» 경북 울진군은 세계 최대 핵 밀집 지역이다. 일본 원전 사고 뒤 울진군은 안전대책회의를 열었다.연합
 
 
 

홀로 원전 유치를 반대한 이유가 뭔가.

 

대한민국은 1999년 산업자원부 장관 명의로 ‘더는 울진에 핵발전소나 핵폐기장을 건설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군민들이 요구한 끝에 신울진 1~4호기를 짓기 위한 14개 선결안을 얻어냈는데, 첫 번째가 ‘원전 종식 보장’이었다. 울진은 이미 과잉 핵단지다. 지진 다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또 원전을 세운다? 얼마간의 경제적 이득 때문에 군민의 안전, 국민의 안전을 외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가. 군은 “군민의 92.9%가 원전 유치를 찬성한다”고 했다.

 

발전소 부지 매입 보상, 건설과 가동으로 받게 되는 지원금 때문이다. 울진은 이미 (10기의 원전으로) 버린 땅인데, 몇 기 더 들어선다고 달라질 게 있나 하는 자포자기 심정도 많다. 과거 울진은 핵발전 반대 목소리가 매우 높았던 지역이다(2005년 핵폐기장 유치사업은 주민 반대가 거세 의회에서 동의안 투표건 자체가 부결됐다). 93% 수치엔 조작도 있지만, 찬성 쪽이 우세한 건 사실이다. 위험성을 알지만, 지역 경기가 너무 어렵고 먹고살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찬성하는 현실이다.

 

원전 유치로 두루 잘살게 되리란 논리는, 최다 원전을 유치했는데도 지역은 꾸준히 퇴락하고 그래서 이제 또 원전을 유치해야 한다는 말과 어긋난다.

 

그렇다. 울진군은 인구 증가와 일자리 창출, 최악의 교통 여건 조기 해결 등을 이유로 유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여 년은 뭔가. 원전 건설을 대가로 직간접적으로 수십조원이 투입됐다. 그런데 인구는 왜 계속 줄었는가. 안정적 일자리는 왜 이렇게 부족하고, 교통 인프라는 또 왜 이 모양인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건, 핵발전소 가동 20년 동안 군민 대부분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쟁점은 중요하다. 원전 신화가 사실 ‘원전 미신’이라면 그 신화는 또 다른 기만이고, 신화를 떠받는 이들에게 결국 비용과 희생만 요구할 것이다. 장 의원은 “1990년대 전후 12만 명에 이르던 인구가 이제 5만2천 명이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초고령사회가 됐다”고 말한다. 울진군청 통계자료가 허락하는 만큼만 보면, 2004년 인구 5만8590명은 2010년 5만2430명으로 일관되게 감소했다. 저소득, 한부모 가구 수는 늘었다. 2005년 170명(가구원)에서 2007년 224명, 2009년 410명으로 쉬지 않고 뛰었다. 현재 공사 중인 신울진 1·2호는 2005년 건설계획이 확정됐고, 지난해 착공됐다.

울진사회정책연구소 황천호 전 소장은 “원전 가동 초반엔 유기농작물이 반품되거나 거부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피해의식과 닿아 있다. 지역 시민운동가 이규봉씨는 “울진군에는 극장 하나 없다. 타 지역에 비해 상권이 얼마나 기울었는지 시장만 가봐도 안다”고 말한다.

모두 원전 탓일 리 있겠는가. 대한민국 도처의 농어촌, 지방도시는 몰락 중이다. 하지만 황천호 전 소장은 “발전 효과가 없었다는 걸 우리에게 객관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중앙·지방) 정부에서 약속한 만큼 발전하고 있다는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찬성론자들은 정부와 한수원을 따라 지역발전, 인구 증가, 일자리 창출 등을 앵무새처럼 내뱉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에 3조원이 투입돼도 대기업 배만 불려준다. 지역 업체에는 납품이나 덤프트럭 같은 장비만 겨우 들어간다. 군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군은 1년에 한수원으로부터 지원금 200억~300억원을 받는다. 현재 울진군 금고에 1천억원이 넘는 특별지원금도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나 일자리를 위해 당장 이 재원들부터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20~30년 뒤에 지어질 신규 핵발전소 유치로 또다시 지역 갈등과 반목을 조장해선 안 된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기심이다.

 

찬반 갈등 이외에 어떤 불화가 있는가.

 

상징적으로 발전소 주변 5km 내 주민들은 전기료 감면 혜택을 받는다. 지원사업비도 받는다. 한 리만 5km 안에 걸쳐 있어도 리가 속한 읍·면은 일정 혜택과 지원을 받는다. 울진 내 10개 가운데 3개 읍·면이 해당된다. 한 읍은 10여 년 전 5km 안에 닿는다는 게 밝혀져 그때부터 지원받기도 했다. 마을 행사가 있으면 한수원에서 지원비를 받으려고들 하는데, 다른 지역은 쉽지 않다. 다른 읍·면에서 새 원전을 유치하려는 이유다.

 

반대표를 던진 뒤 힘들진 않았나.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다. 찬성하는 분들도 반대가 있어야 안전성이든 경제적 효과든 더 얻을 거라며 응원한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불안감이 더 커졌다. (하지만 반전되지는 않는 눈치다. 황천호 전 소장은 “워낙 사는 게 어려우니, 반짝경기라도 기대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북 영덕군은 “원전을 유치하면 직·간접고용 3천 명, 1만 명 정도의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한다.)

 

해법이 뭐라고 보나.

 

울진은 세계 최대 밀집 핵단지다. 한 기가 사고 나면 연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울진만의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한 기만 사고 나도 나머지 아홉 기를 폐쇄할 위험이 크다. 그런데도 6~12기를 새로 짓겠다는 거다. 무모한 짓이다. 기존 원전은 안전하게 운영 관리하고, 건설 예정 중인 원전부터 대체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한수원은 오는 6월까지 신규 원전 부지를 선정한다. 2018년께 착공이다. 원전 1기당 공사비는 3조8천억원에 이른다. 자체가 거대한 ‘신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한국 원전 신화를 흠집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원전의 위험은 지구적이고 상상을 초월하지만, 혜택은 좁고 예측 가능하다. ‘신화’보다 ‘미신’에 가깝다는 얘기다. 고흥군의회는 만장일치로 원전 유치 신청을 반대하며 “각종 세제 혜택과 지원사업 등 재정적 인센티브와 고용 창출, 인구 유입 등의 효과는 다소 있겠지만, 고흥의 장기적 미래를 생각한다면 청정 이미지를 지키고 가꾸는 것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 이듬달 일본 원전 사고가 터진 것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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