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타파(33·가명)와 체롯(27·가명) 부부는 모국 정부의 정치적 박해를 피해 2006년과
▲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타파와 체롯 부부가 1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반지하방에서 지난달 6일 태어난 남자 아이 미첼(가명)을 바라보고 있다. 안산/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해 각각 한국에 와 난민지위 인정을 신청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결혼해 지난달 6일 경기도 안산에서 남자 아이 미첼(가명)을 낳았다. 하지만 아기는 한달이 넘도록 국적도, 공식적인 출생 기록도 없다. 혈통주의를 택하고 있는 한국의 외국인 정책 탓에 출생 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외국인은 자국 대사관에 가서 출생 등록을 하면 해당 국적을 얻게 되지만 미첼의 부모는 모두 난민이라서 콩고 대사관을 찾아가기도 여의치 않다. 미첼의 아버지 타파는 “민주국가라고 해서 한국으로 왔는데 난민의 아이라고 출생 등록조차 받아주지 않았다”며 “그러고도 어떻게 민주국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말 법무부가 국내 난민(신청자) 395명을 조사해 보니, 난민(신청자) 자녀의 24.4%만 자국 대사관에 출생 등록을 했고 나머지는 출생 기록 자체가 없었다. 이는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하며,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한다”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도 어긋난다. 타파 부부를 돕고 있는 난민인권센터 김성민 국장은 “아이가 자라면서 병원에 가든 학교에 가든 꼭 필요한 것이 출생 기록”이라며 “한국 정부가 난민(신청자) 자녀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난민(신청자)의 자녀는 54명인 반면, 2006년 이후 한해 평균 420여명이 난민 지위 인정을 신청하고 있어 출생 등록을 하지 못하는 난민 자녀의 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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