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힘나의 특별한 수학여행을 마치며

 

 

아힘나 평화학교 학생들은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김포~연천간 비무장지대 평화누리길을 따라 걷는 수학여행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힘나 평화학교 학생들은 인솔교사 4명과 함께 25일 오전 경기도 김포 대명항을 출발했습니다. 김포, 파주를 거쳐 철도종단지점인 연천 신탄역까지 비무장지대 평화누리길 약 110여 km를 하루 20~30㎞씩 5일동안을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학생들은 김포 애기봉에 들러 가장 가까이서 북녘 땅의 주민들을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였으며, 남북을 잇는 임진강을 따라 철책선을 두고 걷기도 하였습니다.   

 

재일동포들이 고향을 그리며 부르는 "임진강"을 나즈막이 부르며 걷는 동안 억새풀이 햇살을 받아 아이들이 걷는 평화의 길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번 걷기를 통해 한국전쟁 60돌을 맞아 전쟁과 민족분단의 현실을 체험하며 통일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되새기는 기회를 갖자고 했는데, 역시 휴전선과 가까운 지역이라 마을 어디에나 부대들이 있었고, 중무장한 군인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終戰이 아닌 休戰'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학생들의 수학여행은 ‘아이들은 걷고, 한반도는 따뜻해지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번 비무장지대를 1㎞ 걸을 때마다 연탄 4장(해피빈 콩 20개)씩의 후원(농협 351-0216-2668-43)을 받아, 남녘의 홀몸노인가정과 북녘의 아이들 가정에 전달하자는 캠페인도 벌이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춥고 힘겨운 겨울나기를 해야하는 남북의 어려운 이웃들을 학생들의 마음으로 따뜻하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김포에서 기장 「생명선교연대」의 조정현ㆍ 박명준 목사,  감리교 「고난함께」의 진광수 목사, 그리고 '통일을 노래하는 時人' 이 적 목사께서 아이들을 축복해 주시고, 연탄도 후원해 주셨습니다.

아힘나의 특별한 수학여행을 취재한 한겨레 신문이 화요일 아침에 실리자, 학부모님들과 지인들의 격려 메시지로 인해 더욱 힘이 솟구쳐 하루하루의 고단함과 군데군데 생기기 시작하는 발바닥의 물집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손 때가 묻지 않은 곳은 역시 참으로 아름다왔습니다. 햇살받은 억새, 추수하고 난 논바닥의 낟알을 주워먹는 철새들의 무리들과 하늘을 나는 새 떼들의 열맞춘 행진을 보며 우리의 걸음걸이가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습니다. 

마을을 지나다 만난 한 초등학교의 잘 조성된 운동장에 벌렁누워 휴식을 취하며 파란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순간은 정말 걷는자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맛보았습니다. 추수하고 간 과수원에서 신문지에 쌓여있는 배를 두어개 얻어(?) 한 입 베어 물으니 어린 시절 시골길을 걸으며 무우밭에서 큼지막한 놈을 뽑아 무청은 떼어내고 아래 앞니로 돌돌 껍질벗겨 먹던 생각도 났습니다.   

하루의 종착지점이 멀리 보이지만 발걸음이 무거워졌을 때, 갑자기 신상문님(메디피스대표,  중1신우림 아빠)께서 닭튀김과 핏자 콜라을 차에 싣고 오심으로 아이들은 엔돌핀이 급상승했답니다. 겉으로표정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은 우림이지만 아빠가 오후에 오실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살짝 귀뜸해주는 녀석의 표정에는 아빠의 깜짝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 있었지요.  

 

아마도 모두 무사히 목표지점까지 걸어갈 수 있었던 것은 식생활과 편안한 잠자리, 그리고 안전보급담당을 맡은 담별 조진경선생님과 김선우선생, 그리고 아힘나 창업생인 김현철군과 박혜은양의 모범적인 지도력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말 이 행진이 가능했던 것은 코스를 사전답사를 한 후 길 안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곳을 지적하며 경기도청과 지역시청 담당공무원의 협조를  이끌어 내고, 둘째 날부터 무릎이 아파왔으나 다리를 끌며 선두에서 길잡이를 한 조대장 선생님의 노력이 컸습니다.  

 

 

아이들도 놀랐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그 먼거리를 걸어왔다는 것을 말입니다. 돌아오면서 차로 10분만에 지나갈 거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차로 간 거리와 함께 땀흘리며 목표를 가지고 걷는 길의 거리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내에게 선물로 받은 스마트폰으로 순례하는 아이들과 아름다운 자연의 메시지를 담아 110여 km를 중계했던 그 시간들이 저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서요 *^^*    

 

아이들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오늘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생명기운에 의지하여 그냥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안전사고의 예방을 이유로 거친 말을 하였고, 서로를 배려하지 못한 행동을 나무란다며 더 큰 소리로 윽박질러댔던 것을 평화학교의 교사로서 매우 부끄럽게 반성합니다.  언제 제대로 된 선생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아 용서해 주렴!'

이제 11월 마지막 주에는 연탄을 남녘의 홀몸노인 가정에 먼저 배달하게 될 것입니다. 3년 째 직접 배달봉사를 하고 있는 아힘나 친구들에게는 매우 익숙하고 또 연탄을 기다리고 또 고마와하시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알기에 배달하는 시간도 즐거울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감추어졌던 사랑과 섬김 그리고 나눔의 보물을 거낼 때야말로 아이들은 '본래 천사'의 모습이 되어갑니다.  

이 모습을 함께 하시려면 11월 마지막 주에 특별한 약속을 잡지 마세요, 곧 일정을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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