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공모 최우수상 (고등부문)

고등부문 최우수상 김현철
( 아힘나평화학교 전공과정)
 
조선의 이름을 풀이하면 ‘맑은 아침의 나라’,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조선은 결코 이름처럼 맑고, 고요한 나라는 아니었던 것 같다. 조선의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우리 선조들의 슬픔과 고통, 신음의 숨소리를 머금고 있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조선이라는 아름다운 나라 옆에는 그 아름다움을 누가 먼저 갖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옆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있었고, 아래로는 끊임없이 침략을 노리는 일본이 있었다. 그러므로 조선은 많은 침략을 받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때마다 조선의 아들들과 딸들의 강한 정신력과 단결력으로 나라를 지켜왔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옆에 강대국들의 침탈도 모자라 저 강 건너의 서양서력들까지도 조선을 눈 여겨 보기 시작하였다. 아니 아시아를 통째로 삼키려 하고 있었다.
 
결국 서양 자본주의 제국의 세계 진출은 19세기 중반에 동아시아까지 영향을 미쳐 중국, 일본, 조선은 연이어 개항을 강요당했다. 중국의 개항은 영국 주도로, 일본의 개항은 미국에 의해 이루어졌다. 일본은 강화도사건을 일으키고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를 밀어붙여 조선을 개항시켰다. 그리고 1905년 조선은 일본의 강압에 못 이겨 을사조약을 체결한다. 그로부터 조선은 더 이상 나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일본의 식민지로서 3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한수산 선생님이 쓰신 ‘까마귀’책에서는 일제제국주의의 조선강점 말기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것도 모자라 일본제국주의는 계속해 동아시아를 암흑으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진주만공격으로 미국과의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일본은 모든 것이 자기의 세상인 것처럼 으르렁 거렸지만 이제 그 아성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일제의 마지막 발악을 하듯 급기야 조선에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고도 이젠 조선의 아들들과 딸들을 전쟁의 도구로 삼았다. 조선의 남자들은 일본군의 총알받이로 전쟁에 나갔고, 또한 석탄 캐는 광산으로 끌려갔다. 또한 여자들은 일본군성노예로 전쟁터의 최전방으로 내몰렸으며 근로정신대로서 혹사당해야만 했다.
‘까마귀’ 책에서는 일명 ‘지옥섬’이라 불리는 ‘하시마’ 탄광에서 조선인들이 혹사당한 이야기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책의 시작은「저쪽이 조선이지?」하고 어둠 속에서 이야기하는 조선인들이 탄광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이미 탄광에서 모진 고초를 겪다 드디어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속에서는 함께 가자는 사람과 남겠다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것은 탈출을 해도 어디로 갈 것인가? 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막히는 것이다. 바로 하시마섬의 특징상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섬으로 되어 있어 길을 모르는 이에게는 나가기가 불가능한 이야기다. 더욱이 바다를 헤엄쳐서 조선으로 간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이야기다.
 
책 속의 주인공 명국은 그러한 상황을 잘 알기에 이렇게 탄식한다. ‘가서, 이 섬을 빠져나가서 산다는 보장만 있다면 왜 난들 안 가겠냐. 못 산단 말이다. 살아서 여기를 빠져나갔다는 사람, 누가 있었냐. 바닷물에 팅팅 불어가지고 죽어 돌아온 조선사람...... 선착장에 내팽개쳐놓고, 이거 봐라 도망치는 놈들 다 이 꼴 된다 보여주다가 저 건너 섬으로 끌어가 화장터에서 태워버리면 그 뿐이다. 그래서 남의 나라 물귀신이 돼 끼룩 끼룩 갈매기 울듯 울면서 이 바다를 날겠다는 거냐? 목이 아프게 치밀어 오르는 그 말을 명국은 참는다.’ 명국이 이러한 답답한 심정을 하고 있을 때 탈출을 하겠다고 주장하는 태복이 말한다. 「내 얘기가 그거다. 죽어도 내 땅에나 돌아가서 죽겠다는 거여. 죽어서 흙에라도 파묻히겠다는 거라구」이토록 가고 싶어 하던 조선, 바로 고향 땅이건만 그들은 뒤 따른 수색대에 의해 붙잡혀 오고나 도중에 시체가 되어 돌아온다. 그러면 살아서 돌아온 자는 죽도록 고문을 당하고, 다시 강제노동을 하거나, 더러는 고문 중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렇게 조선인들이 신음하는 동안 일본과 미국은 더욱 치열한 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과의 전쟁을 한방에 끝낼 핵폭탄을 비밀리에 만들고 있었다.
 
일본제국주의의 조선식민지화로 조선에서는 무기를 들고 의병투쟁을 한 안중근의사와 같은 의병들도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일본의 앞잡이로 자기 배를 채우는 친일파 또한 극성을 부렸다. 아직까지도 친일파청산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얼굴을 뻣뻣이 들고 다시는 친일파들...결코 용서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나는 ‘까마귀’ 책을 통해 친일파에 대한 생각을 좀 더 넓히게 되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조선인 윤지상. 그는 다름 아닌 친일파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친일로 징용에서 면제되어 왔지만, 총독부에서는 그의 아버지에게 일본의 승리를 위해 첫째 아들을 징용에 보낼 것을 강요한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둘째 아들 지상은 한숨만 쉴 뿐이다. 그는 둘째지만 형의 몸이 허약해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형을 대신해 징용에 지원 할 것을 식구들에게 말한다. 결국 그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아내와 그리고 부모, 형제들을 멀리하고 징용을 나간다. 그가 끌려간 곳도 지옥섬 하시마탄광 이다. 그는 친일파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조선인들에게도 눈엣가시가 되고 일본인들에게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불쌍한 나그네다.
 
식민지 조선에서 피해자 아닌 조선인은 없었다. 모두가 피해자인 것이다. 아직까지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문제는 빨리 처리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 나라를 팔고 백성을 판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까마귀’ 책에서 같이 지상과 같은 고통을 겪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친일파 그들은 식민지조선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들이다.
 
일제의 전쟁의 막이 끝을 보이는 1945년 8월, 미국은 비밀리에 만든 핵폭탄을 두 번째 폭심지로 나가사키에 떨어뜨린다. 첫 번째는 일본 히로시마에 그리고 두 번째가 나가사키다. 일본 전쟁의 거의 모든 군수물자를 만들었다는 나가사키. 그곳은 단 몇 초 안에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다. 조선의 아들들과 딸들이 그토록 그리던 고향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한 채 한 줌의 재로 남게 되었다.
 
과연 그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아무도 그들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원폭투하로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다. 그리고 조선도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그 해방의 기쁨도 잠시 뿐이었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사상으로 얽혀 비극적인 6.25전쟁이 일어났으며 지금까지도 휴전상태에 있는 것이다.
 
가장 불쌍한 것은 그 속에서 모진 고통과 고난을 겪은 민초들의 희생이다. 그들은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죄로 이국땅에서 이유도 모른 채 숨져갔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누구보다도 조국의 통일을 가장 염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식민지백성의 아픔은 먼 옛날의 이야기로만 느껴 질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길 떠남이 없었다면, 아니 길 떠남이 있었어도 아힘나와 만나지 못하였다면 그냥 남들이 느끼는 반일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살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길 떠남이 없었으면 한수산 선생님이 쓰신 ‘까마귀’ 책을 접할 수도 업었거니와 접했더라도 어느 한 소설 속에 이야기로만 받아 들였을 것이다. 나에게도 국적 없는 고아로 떠돌았던 시간이 있었다. 나의 고향은 함경북도다. 해방 전의 조선이 아닌 지금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나의 고향이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을 떠나게 되어 중국에서의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그곳에서의 1년간 생활을 통해 불법체류자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곳에서의 탈북자들은 어디가나 숨어 살아야 하며 일을 해도 탈북자라는 것이 발각되면 임금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사장이 고발해서 잡혀가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나는 극적으로 한국에 오게 되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 하지만 결코 기쁘지만은 않았다. 고향땅에 계시는 어머니가 보고 싶었고, 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에 대한 불안감, 모든 것이 근심에 싸여 있었다.
그러한 상태에서 나는 아힘나와 만났다. 나는 아힘나평화학교에서 공부하며 나의 정체성과 그리고 자존감을 회복해 갔다. 그리고 ‘아힘나 역할훈련’이라는 아힘나만의 독특한 수업을 통해 재일코리안의 대해 알아갔다. 그들이 안고 있는 역사적 문제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들의 아픔을 내가 겪은 아픔과 연결시키며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아힘나평화학교에서 역사기행을 통해 재일조선인 1세들의 증언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였고 양심적인 일본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평화의 마음을 키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한수산선생님이 쓰신 ‘까마귀’장편소설을 통해서 단순히 소설의 이야기가 아닌 진정으로 내 마음속에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아픔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까마귀’ 책 속에서 서글프도록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던 우석과 금화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지옥섬’ 하시마 탄광에서 숨져간 모든 조선인 영령들과, 일본 땅 전역에서 숨져간 조선인 영령들을 진심으로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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