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석종 문화에디터·정리 | 도재기 기자
- ㆍ도법·수경·법륜 스님 좌담
ㆍ“선거 민심 다른 이유 대지 말고 따라야”
ㆍ“대통령 잘못 크지만 아랫사람들도 한심”
불교계 환경운동을 이끌어온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 지리산을 중심으로 생명평화운동을 펼치는 도법 스님(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환경운동과 더불어 북한 등 제3세계를 넘나들며 구제활동·평화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은 따로 혹은 함께 환경·생명·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 시대 대표적인 활동가 스님들이다. 경향신문은 세 스님들에게 ‘4대강 사업 즉각 중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정책 확대’ ‘부정부패 척결’을 요구하며 온몸을 던진 문수 스님의 ‘소신 공양’의 의미, 6·2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 물질만능과 개발지상주의에 매몰된 생명의 가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은 지난 12일 서울 조계사 내 문수 스님 분향소 옆, 천막으로 된 한강선원에서 김석종 문화에디터의 사회로 진행됐다. 스님들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4대강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를 한목소리로 꾸짖었다. 14일 조계종 승적은 물론 화계사 주지 등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떠난 수경 스님에게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만남이 공식적인 마지막 자리가 됐다. 수경 스님은 좌담 내내 시종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결단’을 암시하듯 말을 아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왼쪽부터)이 지난 12일 서울 조계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경 스님의 농담 한마디에 모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김정근 기자
김석종 문화에디터(이하 사회) =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세 분이 문수 스님 소신공양이라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문수 스님 49재 동안을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분향소에선 24시간 릴레이 기도가 봉행되고 있습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 이 시대,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도법 스님(이하 도법) = 소신공양은 대승불교 역사 속에서 매우 중요하게 의미부여되는 행위입니다. 문수 스님은 우리가 직면한 사회현실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을 보면서 이런 문제가 바로잡혀야 생명들도, 인간도 마음놓고 편안하고 품위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 충정을 온몸을 던져서 표현해낸 것이죠. 그런 행위를 하기까지는 성찰과 반성과 다짐이 쌓이고 쌓였을 것입니다. 또 다른 의미로 보면, 불교 수행자는 자기완성과 사회완성을 위해 헌신적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왜 이럴까 성찰하다보면 결국 내 책임으로 돌아오고, 자기반성은 물론 사회반성도 합니다. 결국 사회완성을 위해 도움될 수 있는 일, 자기완성을 위한 최선의 노력의 뜻으로 자기 존재를 불사른 겁니다. 거룩한 그 뜻을 잘 기리고, 사회현실에 실현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법륜 스님(이하 법륜) = 문수 스님의 유언을 보면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닙니다. 생명살리기 등 자기 밖의 세상 문제, 이른바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자기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한 것으로 봅니다. 4대강 문제만 해도 사람들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수많은 미물들의 아우성을, 죽어가는 생명들의 고통을 대신 보여주고, 들려주고자 한 것입니다. 자신을 통해 미물들, 생명들의 죽음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스님은 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라고도 했습니다. 소수의 먹고 살 만한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이 집행되는 사이 더 많은 소외된 사람들, 생명들이 무너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스님은 결국 우리 모두를 각성시키려 한 것입니다.
수경 스님(이하 수경) =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스님은 아주 깊고 큰 한숨을 쉬었다. 긴 침묵이 흘렀다). 문수 스님 소식을 들었을 때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유서를 보면, 죽음을 앞에 두고 망설이지 않고 아주 명료하게 정리되고, 명쾌했습니다. 3년간 무문관 용맹정진이라는 수행도 보였습니다. 자연이라는 것이 바로 내 몸인데 뭐가 따로 있느냐, 실제 행동으로 하면 될 일인데, 뭘 망설이느냐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창피하고 부끄럽고….
사회 = 최근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습니다. 소통 부족 등 여러 이유들이 나오는데, 여당이 패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법륜 =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민을 괴롭혔으니까 패한 것이죠(다들 웃음). 선거 후 얼굴에 화색이 돌고, 우울증이 나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음 속에 짐을 가지고 있다가 들어낸 것처럼 시원하다는 분들도 있고. 정부가 그만큼 국민들 마음을 무겁게하고, 괴롭힌 것 아닌가 싶습니다.
도법 = 그렇습니다. 적어도 정부가 하는 일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잘못된 일입니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 서로 편가르기를 하게 만듭니다. 국민들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힘들게 하고…. 4대강 문제만 봐도 정부가 일 처리하는 방식은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어요. 정부는 당연히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의견을 반영해야 합니다. 국론분열 그 자체만으로도 이 사업에 대한 재고민이 필요합니다.
법륜 = 남북문제를 보면 지난 정부에선 너무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려를 넘어, 아예 싸우고 판까지 깨자는 형국입니다. 어떻게 전쟁 이야기까지 그렇게 쉽게 나오는지…. 지도자란 분이 국민보다 수준이 뒤처지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종시 문제도, 4대강 사업도 그러하고. 정부가 법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법질서를 문란시키고 그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상식선에서 봐도 말이 안되는 행동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고, 선거로 결과가 드러난 것입니다.
사회 = 4대강 사업에 대한 민심이 선거에서 드러났다고 하지만, 정부 여당은 여전히 4대강 사업 추진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수경 = 아무리 그래도, 민심이 천심인데, 국민들의 마음이 하늘의 뜻인데 무지막지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도법 = 현 정부는 상대편을 동반자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배제하거나 제거해야 할 대상,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남북관계, 진보·보수, 여야관계 등에서 아주 심각하게 그런 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4대강 사업이 중요한 이슈였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정부는 견해가 다르다 하더라도 상대가 함께 살아야 할 공동운명체, 동반자라는 기본 전제 위에서 사안들을 바라보고 다뤘으면 합니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는데, 민주주의 얘기하면서 선거결과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국민들이 뭘 잘 모른다, 우리 식으로 간다 하는 것은 그야말로 권위주의의 전형입니다. 국정책임자가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다른 명분, 이유를 들어 외면하는 건 옹색해 보이고 구차해 보입니다.
법륜 = 틀린 줄을 알면 고쳐야 됩니다. 잘못된 줄을 알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모르는 것은 물어서 알아야 합니다. 틀린 것인 줄 알고, 잘못된 것이라고 알면서도 그냥 가자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말의 장난일 뿐입니다.
사회 = 이명박 정부 임기 절반을 채우고 이제 반환점을 돌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함께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다면.
도법 = 대통령이 잘못하는 것인지, 참모들이 잘못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과를 보면 민심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판하고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까지도 진지하게 귀를 귀울여 국정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민심은 천심이니 선거에 나타난 의미를 다른 이유 대지말고 국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대통령이나 정부 책임자들이 겸손하고 적극적으로 상대의 뜻을 존중하고 배려했으면 합니다.
법륜 = 이야기를 해도 들을 사람인가란 물음이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얘기를 하자면, 취임 당시에 헌법 위에 손을 얹고 선서한 대로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키겠다, 한반도를 평화적으로 관리하고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죠. 그런데 최근 정부 정책들이 그렇게 하고 있느냐. 아닙니다.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한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죠.
수경 = 이 대통령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정말 한심스러운 일입니다. 대통령 밑의 사람들이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대통령이 국민에게 욕을 먹든 말든 팔짱끼고 있는 것도 같고….
사회 = 이 시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가치관, 생각들은 무엇일까요.
법륜 = 누구나 다 평화롭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 행복한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다들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다고 합니다. 왜 그런 것인가 물음을 던져봐야 합니다.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고, 더 잘 살아보겠다고 매달려 왔는데 진짜 그렇게 됐는가. 오히려 생명과 평화의 위기, 행복의 위기를 맞은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지닌 가치관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구조인가 스스로에 묻고, 근원을 살펴봐야 합니다.
도법 = 불교 사고방식으로 보면, 현실로 나타나는 결과가 나쁘거나 안좋은 것은 분명히 원인과 조건이 잘못됐기에 그런 겁니다. 21세기 현대문명의 사회 현실은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통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삶이 더 편안하고 여유있고 아름답고 행복한가. 아닙니다. 생명위기, 평화위기라는 최악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는 너와 나, 좌와 우, 이 나라와 저 나라, 인간과 자연 등 늘 분리시키고, 뭐든 따로따로 생각합니다. 이원론적이죠. 이제 필요한 것은 이원론적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또 하나는 삶의 문제를 관념적이 아니라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부자는 좋은 것, 부자가 되면 행복해진다는 환상의 노예가 돼 허겁지겁 살면서 생명위기, 평화위기를 몰고왔습니다. 이제는 자연의 법칙과 질서, 가치에 눈을 떠야 합니다. 경쟁이나 대립, 싸움의 방식이 아니라 협력과 나눔의 방식, 더불어 사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개인적으로 보면 결국 단순소박한 삶이라고 봅니다. 이 단순소박한 삶이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 스님들이 이 세상에 구현하려는 것은 무엇입니까.
도법 = 본래의 법대로 내 삶을 살고, 그것을 우리 시대로 갖고 가자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불교수행자이기에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에 따라 연기적 삶을 살고, 중도적 실천을 하고자 합니다. 나는 불교수행자이기에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으로 내 삶을 살겠다. 나와 인연있는 사람들,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가 그렇게 살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결국 단순소박한 삶으로 요약됩니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진정한 대안,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륜 = 부처님 사상을 단순화시키면 사람이 중심입니다. 사람들이 괴롭지 않고 행복해지는 삶을 살도록 하는 데 늘 관심이 있습니다. 북한 등 제3세계의 굶어죽는 이들, 병에 걸려도 치료를 못받는 사람들, 최소한의 교육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밥 한끼 먹게 하고, 치료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습니다. 환경문제의 경우는 무엇보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빈그릇 운동, 쓰레기 제로운동 등을 벌이기도 했죠. 이 땅에 태어났으니까, 평화정착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산가족의 만남, 북한 동포를 돕는 일에 미약한 힘일지라도 보태려고 합니다. 불교가 추구하는 가치들, 특별난 게 아니라 행복하고 안전하게 사는 길, 그런 삶을 살도록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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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행 도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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